최근 원유가의 급락으로 인해 우리 주변에서도 휘발유/경유의 가격이 상당폭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락폭에 비해 세금의 영향으로 생각보다 체감하기 어려운 가격이죠. 그래서 최근 연구자료 등을 바탕으로 휘발유, 경유의 가격 결정 구조가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원유가와 연관지어 정리해봅니다.
2020년 3월부터 시작된 유가의 하락, 그리고 향후 전망
1월까지 60달러대를 유지하던 서부텍사스유(WTI) 선물가격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3월부터 폭락을 거듭하기 시작했습니다. 폭락의 주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코로나19가 팬더믹으로 선언되고 세계 주요국의 수요가 폭락했고, 이에 따라 기존 산유국들의 생산량보다 소비량이 월등하게 감소했습니다. 생산된 원유를 소비할 곳이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저장해야하는데, 저장탱크의 용량을 현재까지 65% 채웠고, 점차 저장가능한 탱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저유가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용하는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은 왜 아직 크게 줄어들지 않았을까요?
우리에게 휘발유/경유로 전달되기까지 원유는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정유업체별로 일부 공정에 차이는 있겠지만, GS칼텍스의 공정을 기준으로 보면, 원유를 국내에 가져오게 되면 탱크에 보관하게 되고, 상압증류를 통해 석유화학원료인 납사(나프타)와 LPG, 연료유, 윤활기유 등으로 분별증류 됩니다. 여기서 최종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유종이 분류되어 자동차에 넣을 수 있는 연료로 공급됩니다. 이 때, 정유사 입장에서 수익성을 보고 제품을 생산할 수율을 결정하고 적용해 유종별로 공급단가가 결정되게 됩니다.
국제 유가의 국내 반영 시기
원유의 선물이나 현물 가격이 등락하더라도 곧바로 우리에게 공급되는 휘발유/경유의 가격이 큰 변동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국내 석유제품의 가격은 국제 원유가격이 아니라 싱가포르 현물 시장의 국제제품가격을 기준으로 정합니다. 그리고 이 가격 역시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차도 꽤 걸리게 되죠. 일반적으로 국내 정유사들은 전주(Last Week)의 싱가포르 국제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가격을 결정하며, 가격이 결정된 유류는 다시 각 지역에 공급되기까지 시차가 발생합니다.
정유사의 입장에서는 2~3주 가량 국제유가 반영시간이 걸린다고 언급되고 있으며, 실제 가격도 비슷한 수준에서 하락세를 보입니다. 정유사 입장에서 도매 공급가격은 원유가+국제제품가격+환율+세금 등의 비용과 시장수급상황을 고려해 결정합니다. 정유사에서 생산해 공급하는 공급단가에 정부에서 부여한 유류세와 주유소에서 마진을 붙인 가격이 최종 판매가격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정부는 왜 유류에 세금을 붙였을까요? 세금의 구조와 함께 전세계의 유류세 추이를 함께 살펴봅시다.
유류세는 왜 내야하는가? 유류세의 구조와 다른 국가의 유류세 추이
기름에 붙는 세금을 통칭해 유류세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주행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특히 주행세, 교육세, 판매부과금, 부가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이하 '교통세')나 전체 세금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런 유류세는 도대체 왜 내야할까요?
사실 유류세는 IMF 당시 주요 외화 소모처가 에너지 였기 때문에 이 비용을 아끼고자 "OECD 회원국 중에 석유세율이 현저히 낮다."는 말을 근거로 01년부터 최고 60% 가량 세율을 높이기 시작합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차량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으니까요. IMF에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역대 정부들은 외화유출을 방지한다는 명목하게 아직까지도 유류세를 낮추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유류세는 현재 어떤 구조를 갖고 있을까요? 아래 표는 현재 부과되고 있는 유류세의 세부항목입니다.
유류세는 교통세를 기준으로 교육세, 주행세가 부과되고 있으며, 고급휘발유에는 판매부과금이 따로 책정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부가세가 붙는 모양이죠. 이 자료를 바탕으로 2020년 4월 3주차 휘발유, 경유의 가격을 평균내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가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실제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위 가격에 운반비 및 주유소 마진을 붙인 가격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실제 저희 동네에서는 S-Oil 직영점인데, 경유가 1019원 이네요. 대략적으로 맞다고 판단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여기서 다른 나라의 유류세를 한번 체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주변국인 일본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비싼 편이지만 유럽국가들에 비해서는 저렴한...중위권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주요 이유로는 환경에 민감한 유럽 특성상 환경세 명목으로 상당한 세금을 부여했기 때문에 비싼 가격을 책정했다고 볼 수 있겠죠. 미국, 캐나다, 멕시코는 어마어마하게 저렴한 휘발유 가격을 책정하고 있습니다. (나라가 커서 그런가요?)
주변국들에 비해서는 정유/석유화학이 발달한 국가에서 책정한 유류세라고 보기 어려울정도로 큰 유류세가 부여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비교대상은 일본이구요. GDP가 IMF 시절보다 훨씬 커졌고, 그에 따라 사람들이 차량을 모두 소유하고 있는데, 매일 같이 이용하는 유류보다 신호위반 및 과속, 음주운전 등에 벌칙성 세금을 부과해 올바른 운전문화를 갖게하는 편이 좀더 효율적이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소득비례범칙금이 가장 합리적으로 보이구요.
코로나19사태가 빨리 나아져 저렴한 기름 넣고 맘편히 여행다닐 수 있는 시기가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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